| 중앙신문=강태립 웅산서당 훈장 | 해가 바뀌는 첫날이나 새롭게 시작되는 계절, 또는 특별한 날을 지정하여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를 새롭게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에 간절한 것 같은 일인데도 하려고 하는 그 시작은 쉽지 않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자신을 위해 취미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든지 미래의 삶을 위해 새로운 공부를 하려고 계획한 일들이, 막상 하려고 했는데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거나, 계획했던 날이 날씨가 불순하거나 생각지 못한 집안일 등 여러 이유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만다. 만약 시작했다 해도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지속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 중도에 포기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그만두기도 한다.
여가활동이나 취미 활동은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지루함을 이겨내는 힘이 되기도 하고,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선택한 직업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자신만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 선택하기도 하며,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에서 오는 힘든 일들을 위로받기도 한다. ≪채근담≫에 보면 “바쁜 중에 한가로움을 얻으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한가로운 때를 향하여 그 자루를 잡아 두라”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루’란 ‘마음가짐’이나 ‘하고 싶은 일’을 뜻하여, 아무리 바빠도 조금의 틈이라도 찾아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삼아야 환경의 변화나 사물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삶이 바쁘고 힘들어도 자신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고, 미래의 자신의 여유로운 삶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틀에 살면서 ‘재산’을 많이 축적하면 성공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재물을 모은다. 늙어서 벌지도 못하는데 돈이 없으면 비참해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돈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이 있다. 사람들은 정년퇴직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얼마간 푹 쉬고 싶다고 말하거나 실제로 그렇게 지내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도 동물임을 간과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살면 만병이 일어나게 되는데, 사람은 생활환경이 바뀌면 제일 먼저 몸이 반응한다. 그래서 정년퇴직 후 2~3년을 잘 버텨야 장수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또 우리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에 살고 있다. 각 가정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생각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재산은 결국 어디로 갈까? 내가 죽고 나면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까? 그토록 재물을 중요하게 여겨,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다 쓰지 못하고 생을 마치면 얼마나 허무할까? 냉정하게 생각하여 내 생의 전체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약 먹고사는 일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났다면 아무리 바빠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즉 취미 활동이나 종교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자신을 찾길 권한다.
이때 한 가지 참고해야 할 것은 이 시간은 자신을 버리는 시간으로 삼으면 좋겠다. 퇴직 후 어떤 취미 활동을 시작하면, 사회에서 높은 위치까지 이르렀던 분이라고 실력이 남보다 뛰어나지 않건만 자꾸 남과 비교하여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본다. 누구나 어떤 일을 시작하면 같은 시간이 지나야 이루어지는 일들이 많다. 대부분의 취미 활동은 힘이나 재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절대 비교하지 말고 활동하는 지체를 즐기며 지속해 나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취미 활동의 결과는 활동 자체가 꽃이고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미 활동이 많은 사람이 인생을 즐겁게 산다.
무언가를 계획했다면! 생각한 그 순간 시작하는 것이 취미를 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