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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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박사의 ‘생활속 지혜’] 만남과 헤어짐
  •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moon-jack68@daum.net
  • 승인 2024.01.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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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만남과 이별을 중심으로
문재익 전 강남대 교수(문학박사)
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중앙신문=​​​​​​​문학박사 문재익(칼럼니스트) | 만남이란 말 그대로 만나는 일이며, 유의어에 교제, 미팅, 일면(一面: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남)이고 랑데부는 원래는 불어로, 특정한 시간을 정()해하는 밀회(密會:남몰래 모이거나 만남)로 특히 남녀 간의 만남을 말하며, 요새는 번개 팅(사전 약속 없는 채 즉석에서 사람들끼리 만남)이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그 외, 조우(遭遇)우연히 서로 만남(조봉:遭逢)’이고, 재회(再會)다시 만남, 두 번째 만남이고, 상봉(相逢)서로 만남이며, 그리고 해후(邂逅)오랫동안 헤어졌다가 우연히, 뜻밖의 만남을 의미한다.

헤어짐이란 모여 있던 사람들이 따로따로 흩어지다’, ‘사귐이나 맺은 정()을 끊고 갈라서다의 의미이며, 유의어는 갈라서다, 돌아서다, 등지다가 있고, 이별은 서로 갈리어 떨어짐으로 유의어에 결별(訣別:기약 없는 작별, 관계를 완전히 끊음), 고별(告別:작별을 알림), 별리(別離:이별), 송별(送別:떠나는 사람을 작별하여 보냄)이 있으며, 그리고 이별 중 가장 가슴 아픈, 생이별(生離別:살아 있는 혈육이나 부부간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헤어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쓰는 이별과 작별(作別)’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별은 인사와 무관한 그냥 헤어지는 그 자체이고, 작별은 헤어지기 전 나누는 인사’, 혹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일련(一連;하나로 이어지는)의 행위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별인사는 있어도 이별인사라는 말은 쓰이지 않으며, ‘헤어짐이별과 작별을 아우르는 말인 셈이다. 사자성어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것으로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게 된다.’는 의미로,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세상의 이치를 들어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는 말이며, 회자정리(會者定離)도 불가에서 말하는 것으로 사람은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다.’는 의미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인생의 덧없음)’함을 의미하는 말이며, ‘생자필멸(生者必滅: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음)의 이치(理致)’를 말하기도 한다. 헤어지거나, 이별할 때 마음() 정리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연인과 헤어진 후 이별의 아픔을 잊거나’, ‘큰일을 겪은 후 그 일에 대해 덤덤해지다 [감정의 동요 없이 예사(例事)롭다(늘 가지고 있는 태도와 다른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본래 인간관계에서 이별이 존재하지만, 요즘 더러는 애완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이 한동안 슬픔의 한 축(일 정한 특성에 따라 나누어지는 부류)’을 차지하기도 한다. 내 경험으로도 14년 동안 함께 해왔던 강아지 포메라니안 슬이와의 작년 5월경 이별은 지금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혼자인 내게, 잘 때 가슴에 온기(溫氣)를 준 반려(伴侶) 견이었다.

만남과 이별의 시작, 첫 단추이자 물꼬(어떤 일의 시작을 비유적으로 말함),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은 인연이다. 그렇다면 인연(因緣)이란 무엇인가?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잘 지내’, ‘우연한 인연으로 이런 직업을 갖게 되었다로 표현한다. 그리고 인연이 없다는 말은 관계가 적거나, 전혀 없다 시 피하다는 말이다. 인연의 대표적 사자성어에 거자불추(去者不追:가는 사람 잡지 마라), 내자불거(來者不拒:오는 사람 뿌리치지 마라)가 있다. 본래 인연이란, 각자의 삶에서 가장 필요할 때 나타나게 되는 법이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법이어서, 그 기회를 잡아 행운으로 바꾸는 것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영문학자, 수필가이신 피천득 교수님의 대표작 인연에서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도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동안 못 잊으면서도 아니 살기도 하며,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해 놓고, 가나 안 가나 문틈사이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과 한때의 소중한 인연, 가슴속에 새기고 추억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라고 나온다.

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그것은 연인이나 가족 간, 특히 부부간인데,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또한 마음이 멀어지는 것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본래 사람이란,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몸도 멀어지기 때문인데, 원래 몸이 멀어지는 것보다는, 마음이 멀어지는 것이 인연의 관계에서 위태롭고 위험한 법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마음이 멀어지면 돌아오기 쉽지 않을뿐더러, 아예 불가능하기까지 한 법이다. 그러므로 원래는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 하지만, 이 순서가 바뀐다면 어떨까? 아픔이나 상처도 남지 않아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저 안타깝고 가슴 아픔에 희망사항일 뿐이지 세상 이치를 거스르는 가당(可當)치 않은 일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생활 규범인 탈무드에서 사랑을 세상에는 열두 가지의 강() 한 것이 있는데, 돌이 강하지만 돌은 쇠에 의해 깎이고, 쇠는 불에 녹는다. 불은 물에 의해 꺼지고, 물은 구름 속에 흡수되어 버린다. 구름은 바람에 의해 날아가지만, 인간을 날려 버리지는 못한다. 그 인간도 공포에 의해 비참하게 일그러지고 만다. 공포는 술에 의해 제거되지만, 술은 잠을 자고 나면 깨게 된다. 그런데 그 수면도 죽음보다는 강하지 못하다. 그러나 그 죽음조차도 사랑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한다. 우리네 일평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인생에서 꽃밭 향기이며 봄날의 따사로운 햇볕이다. 사랑은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주고, 인생에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가게 해 줄 뿐만 아니라 힘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인간은 사랑의 정()이 주는 따스함과 안락함, 그리고 행복감이 있어 괴롭고 힘든 삶도 이겨낼 수가 있는 것이다. 수필가 이석기 님은 사랑은 위대한 가치이면서 근본적인 가치이며 영원한 가치이다.’고 말하고, 프랑스 낭만파 시인, 작가 빅토르 위고는 우주를 한 사람으로 축소시키고, 그 사람을 신()으로 확대시키는 것이 사랑이다.’고 말했으며, 미국 작가 카렌 선 드는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는 말들로 사랑을 예찬(禮讚:무엇이 훌륭하거나 좋거나 아름답다고 찬양함)했다.

이런 고귀(高貴)하고 소중한 사랑을,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이성에 눈을 뜨게 되는 순간에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리고는 어느 날인가 사랑을 만나게 된다. 서로는 아직은 사랑이라는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 특히 평소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성의 사랑에 더욱, 그리고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서로는 실제 미래에 있지 않으면서도 미래 속에 있으며, 복잡하고 구차한 현실은 결코 의미도 부여하지 하지 않은 채. 그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할 뿐이며 유일한 행복으로, 헤어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세월이 얼마간 지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과 어려운 살림을 이어 나가며 사랑 때문에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간다.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지 않고 보람되어 성과(成果:이루어진 결과)도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오로지 일념(一念:한결같은 마음, 한 가지 생각)은 생활의 기반을 다지고 학창 시절 목표한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학업을 늦게 하다 보니 생활전선에서 때로는 인신공격(人身攻擊:남의 신상에 관한 일들을 들어 비난함)을 당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굳건한 힘이 되어 주기도 하고, 목표의식이 더욱 또렷해진다. ‘정신일도(精神一到:정신을 한 곳에 모으면)하면 하사불성(何事不成:어떤 일이든 이루지 못할 것 이 없다)’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 세월이 한참 지나 살림도 견고(堅固)하게 다지게 되고, 학창 시절 소홀했던 공부도 목표지점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는 사회적 위치나 명예까지도 얻게 되어, 지난날 겪었던 삶의 우여곡절(迂餘曲折:뒤얽혀 복잡한 사정)들은 비록 힘들었지만 이제는 추억이고 후일담(後日譚)이 된다. 그런데 세상일이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했던가? 살만하니 문제가 생기게 된다. 지난날 서로 사랑하고 고생고생 하여 모든 걸 이룩해 놓았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서서히 지난날의 애틋하고 소중했던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퇴색되어 가고, ()마저 멀어지다 보니 사소한 것도 마찰이 심하게 되고, 한쪽에서 언어폭력은 다반사(茶飯事:일상의 일)가 되어, 수습 불가능하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다 보니, 다른 한쪽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제 이 정도가 되었으니 지난날의 소중했던 시절, 그리고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파국(破局:일이나 사태가 결단이 남)에 이르지는 못 하더라도. 서로 마음은 떠났으니 떠나보내야 할, 마음으로나마 이별할 때가 된 것이다. 예전에 세계적 브랜드(brand)코카콜라와 대적하겠다고 해놓고는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815 콜라독립이라는 브랜드처럼 독립의 길을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독립과는 별도로 소중하고 고귀하고 숭고하기까지 했던 지난날의 사랑만은 결코 잊지 않고, 마음속에 이 생명 다 할 때까지 지니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본래(本來:처음이나 근본부터) 부부란 둘이 있어 불편함 보다는 혼자의 외로움이 훨씬 나은 법이다. 자식들, 손주들 생각해서라도 나 혼자만 참고 견디면 가족들 모두 편안한 법, 때문에 얼마든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외로움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堪耐:어려움을 참고 견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이른 철없는 나이에 결혼은 저 자신의 재난(災難)이다.’ 세계적 대 문호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로, '조혼(早婚)은 고난과 역경을 겪어야 하며, 특히 노년(老年)도 결코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말인 것 같다.

우리네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그리고 세상은 만남과 이별의 정거장이기도 하다. 어떤 인연은 금방 헤어질 것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영원할 것 같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우리의 삶의 빛이 되기도 한다. 모든 만남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결국 이별을 전제(前提)로 한 만남이다. 만남은 이별을 예고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별은 아픔과 슬픔의 그림자를 남긴다. 모든 만남과 이별은 삶이라는 퍼즐(puzzle), 그 조각들이 하나 둘 맞춰져 우리의 인생이라는 큰 그림,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 된다. 모든 만남과 이별이 애환(哀歡:슬픔과 기쁨)이 되어 우리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여 더 나은 강인(强忍)한 사람이 되게도 한다. 무엇보다도 좋은 만남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별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헤어져야 할 사람은 미련(未練)을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랑의 이별만은 굳게 마음먹어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아무튼 인연의 종착역에 서 있는 이별은 안타깝고, 아프고, 슬프다. 그런데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랑의 이별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무거운 짐을 벗고, 힘을 내, 혼자만의 삶을 꾸려 나아가야 한다. 어차피 우리의 삶의 종국(終局:끝판)은 혼자 남을 수밖에 없다. 이별이라는 환승역에서 갈아타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 독립된 인생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생명이 다 하는 날까지 힘차게 달려 나아가야 한다. 이것을 우리의 진정한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고 미리미리(충분한 여유가 있게) 주도면밀(周到綿密)한 나만의 계획을 세워 하나씩 준비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하며, 가끔은 홀로 되는 연습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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